2021/11 58

친구

친구 신타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추한 모습도 보이는 너와 나 사이 그 사이에 있는 거리 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 오늘 문득 느껴보았다 너와 함께하는 길 그 길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함께 걷는 순간이 제일 아름다운 길임을 너와 함께하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너와의 만남이어야만 할까 내 안에 있는 것일 수는 없을까 내면의 감정 그리고 생각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순 없을까 내 안에 있기에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는 참으로 허물없는 친구다 때로는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가끔은 차 한 잔에 정담 나누고픈 반가운 친구 그리울 때 있지만 눈물처럼 반짝이는 고독 봄의 새싹은 신비스러우며 가을의 낙엽은 정다운 친구 내면의 소리 담는 시인이어라

詩-깨달음 2021.11.27

내 나이 마흔여덟

내 나이 마흔여덟 신타 차 타고 가는데 누군가 내게 물었지 나이가 몇이냐고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마흔여덟이라고 그럼 낼모레 쉰이네 초로의 신사라는 느낌이 뒤통수를 때리고 지나간다 아니 무슨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해보니 낼모레가 맞다 아직도 한참 남았거니 했는데 지금은 육십이 지난 나이 오십에서 육십을 넘어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중학생 때쯤 배웠을 지천명 知天命의 나이 천명을 몰라서 그랬을까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 내 나이 마흔여덟엔

신작 詩 2021.11.26

빨랫줄

빨랫줄 신타 세상에서 묻은 때와 스스로 선택한 밤의 그림자 손빨래든 세탁기든 깨끗이 지우고 싶다 힘껏 두들겨 빨아 빨랫줄에 널고 싶다 세상은 날마다 나를 빨랫줄에 넌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이 밝기 전에 몸과 마음에 밴 어둠 새벽처럼 지우고 싶다 애써 지우지 않아도 스스로 아침이 된다면 빨랫줄에 걸린 어둠마저 조용히 빛을 따를 터 빨랫줄 너머 빛나는 아침이고 싶다

신작 詩 2021.11.26

자유의지에 달린 일

자유의지에 달린 일 / 신타 세상에서 지금 내 삶이 온 우주에서 오로지 단 한번 일어난 일일까 반복되거나 지속될 수 없으며 어쩌다 한 번 있을 수 있는 우연과 우연의 만남일까 우주에서 작디작은 땅덩어리 지구에서의 삶이 전부인 양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 지구에서의 삶이 끝나고 다른 세상에서 만났을 때 서로가 얼마나 계면쩍을까 존재하는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 그대 들어본 적 없는가 날마다 사라진다면 생명은 어디에서 다시 생겨나는 것일까 어쩌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가 그대 또한 마찬가지이며 어느 하나 사라지지 않고 다만 모습을 바꿀 뿐이다 영원한 생명과 조건 없는 사랑 믿음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도 그대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

詩-깨달음 2021.11.24

사랑의 의지

사랑의 의지 신타 지난날엔 나에게 안 좋을지라도 남에게도 안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삶이고자 한다 더는 어리석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지혜로움을 택하는 사랑의 의지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깨달음 몸으로 실천하는 삶이고자 한다 무엇을 위하여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닌 사랑의 존재가 되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다 내가 곧 사랑이 되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사람과 일을 사랑하지 말며 일용할 양식과 풍요를 사랑하자 사랑으로 분칠하지 말고 스스로 빛나는 사랑이 되자

詩-깨달음 2021.11.24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 신타 돌담에 붙어있는 담쟁이잎 어쩌면 우린 모두 세상이라는 담벼락에 고락의 세월 새기다 문득 가을 지나고 겨울 어디쯤 홀로 떨어지는 잎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 다만 잎이 떨어지고 또 다른 무엇이 될지라도 여전히 서 있는 나무처럼 우린 변하지 않는 하나이다 언제나 지금 여기 나를 의식하고 있음이다 몸뚱이가 낙엽 될지라도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일 뿐 사라지는 게 결코 아니다 존재하는 건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 잎새 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 위에서 바라볼 뿐이다 신이 그러한 것처럼 의식은 영원한 삶이자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詩-깨달음 2021.11.24

빨래

빨래 세탁기에서 다 된 빨래를 꺼내다 보면, 검은색과 흰색 옷을 구분해서 넣어야 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흰옷에 검은색 얼룩이 묻기도 하고 색깔 짙은 옷에 흰색 보풀이 달라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얘기만이 아니라, '백로 모인 곳에 까마귀야 가지 마라'라는 말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백로만 검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까마귀도 하얘지는 걸 싫어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시간 동안 빨래를 해왔으며 세탁기를 쓴 지도 제법 세월이 지났을 텐데, 우리는 여전히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소리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외우고 있다. 흰색에서 볼 때는 검은 색이 저쪽이지만, 검은색에서 볼 때는 흰색이 저쪽이다. 흰색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검은색..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 돌담에 붙어있는 담쟁이잎뿐만 아니라, 우리 몸도 누구나 마지막 잎새인 것만 같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담벼락에 잎새처럼 붙어 있다가, 가을 지나고 겨울 어디쯤 홀로 낙엽 되어 떨어지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우리가 낙엽이 되어 그대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몸뚱이는 비록 낙엽처럼 사라져 다른 무엇으로 변할지라도, 우리 의식은 나무가 여전히 서 있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무엇이다. 언제나 지금 여기, 스스로 의식하고 있을 뿐이다. 영원히 그리고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이다. 또한 우리 몸과 낙엽도 물질적인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일 뿐,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음이다. 몸은 비록 마지막 잎새 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