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 58

무명 無明과 무아 無我

무명 無明과 무아 無我 무지 또는 무명이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감각적인 앎 즉 지각 知覺이 곧 그것이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이며,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몸뚱아리가 자신인 것처럼 보이는 게 바로 무지요 무명이다. 중세 유럽 로마 교황청의 교황을 비롯한 신부들이, 지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종교재판에 회부시키고 심지어 화형까지 시켰던 것도 그들의 무지와 무명 때문이었으며, 공중으로 던진 돌이 지상으로 다시 떨어지는 이유가 땅에서 난 것이기 때문이라는, 고대 그리스 현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이 바로 무지와 무명의 소산이다. 이러한 역사적 선례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조차도, 신체의 감각을 통한 인식 덕분에 우리가 보고 듣고 진리를 알 수 있다며 매우 기뻐하고 고..

깨달음의 서 2021.11.06

자유를 얻는 길

자유를 얻는 길 무 無에 의지하는 게 가능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무란 곧 신 神이기도 하고 절대자이며 전체이기도 하다. 반면 유 有 또는 유형 有形은 언젠가 사라지고 마는 영원하지 않은 부분일 뿐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없어야 한다. 물질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이다. 정신적으로 비빌 언덕이 없을 때 우리는 매우 당황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 놓아버리고 받아들인다면 그때 우리는 자유와 평안이라는 언덕을 만나게 된다. 이게 바로 백척간두 진일보의 뜻이요, 벼랑 끝 나뭇가지에 겨우 매달린 한 손마저 놓으라는 비유이다. 실제로 신체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상상 속에서 그렇게 하라는 얘기다. 서양에서 전..

깨달음의 서 2021.11.05

스스로 존재하는 자

스스로 존재하는 자 우리는 물질적 존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신적 존재도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적잖이 당황하는 분이 있을 것 같네요. 물질도 아니고 정신도 아닌 게 뭐가 있단 말인가 하고요. 바로 그것입니다. 물질도 아니고 정신도 아닌 게 바로 우리 자신이며, 그것을 나는 무 無라고 일컫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일컬어 공 空이라고 합니다만, 공이라는 단어는 무언가가 있다가 지금은 없어지고 공간만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즉 공이라는 단어는 빈 공간 또는 허공과 똑같은 느낌을 우리에게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래는 있었다가 깨닫게 되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입니다. 그래서 나는 '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없음'이나 '무'라는 단어를 선호합니다. 우리는 '잠깐 동안의 있음'..

깨달음의 서 2021.11.03

이끌림

이끌림 신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일이 일어날 때조차도 신은 이미 안다 내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좋은 때와 이로운 때 맞춰 일이 일어나곤 한다 신과 함께 하는 두려움 없는 기쁜 일상 속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하고 싶은 마음 생길 때 하고 싶은 일 하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일을 하는 것뿐이다 내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좋은 때와 이로운 때 맞춰 하고 싶은 마음 들게끔 신이 나를 이끌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2021.11.02

11월, 귀갓길

11월, 귀갓길 신타 11월의 초순 어둠이 내리는 시간 자전거 타고 가는 귀갓길은 쌀쌀한 것일까 쓸쓸한 것일까 얼른 집안의 온기에 묻히고 싶다 집에 오자마자 보일러부터 틀고 한숨 돌리게 되지만 가로수 아래 쌓인 낙엽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흩날린다 껴입으면 낮에는 덥고 덜 입으면 해거름에 추운 하루하루가 다른 날씨 옷 맞춰 입기가 성가시다 늦가을이 들어서는 날쯤엔 나무에게도 갱년기일까 이유없이 잎마다 붉어지고 나날이 가벼워지는 몸과 마음 세상사 내려놓고 부는 바람따라 어디론지 정처없이 흔들리고 싶다

신작 詩 2021.11.01

감각 유산

(모리스 수탉) 감각 유산 / 신타 문화유산이라는 말 익숙하지만 감각 유산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말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낯선 서구인들 수탉 우는 소리 워낭소리와 두엄 냄새 이른 아침 트랙터 소리까지 감각 유산법 만들어 보호한단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는 법이라는 합리주의만 있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속담은 없는가 보다 하긴 교회가 있었고 절은 없었지 그렇다면 거긴 교회가 싫으면 신부가 아닌 교회가 떠난다는 속담이라도 있는 걸까

신작 詩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