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59

참회의 기도

참회의 기도 / 신타 내 앞에 내가 경건하게 앉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 자신에게 기도합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는 이 다름 아닌 나 자신입니다 내가 스스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남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며 남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가득한 분한 마음 받아들이는 게 곧 나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길입니다 분한 마음조차 받아들이고 나와 남을 모두 용서하며 부족한 이대로 사랑합니다 남과 같이 나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할 때 많음을 떠올려 실수하고 잘못한 나와 남 모두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입니다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그를 미워하는 마음 이제부터라도 갖지 않음입니다 스스로 괴로워하지 않음입니다 용서란, 그가 잘못을 고백하면 다만 받아..

詩-깨달음 2021.12.25

용서와 사랑

용서와 사랑 / 신타 그가 실수하지 않았고 잘못을 범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를 용서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실수한 그를 사랑하는 것이며 잘못했기에 그를 용서하는 것이고 잘못했음에도 그를 용서하는 것이다 내가 실수한 것을 스스로 용서받기 위해 나와 남을 용서하는 것이다 잘못을 범한 나를 스스로 사랑하기 위해 나와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와 그가 실수와 잘못을 범했어도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으며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한 우리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유형적 무형

유형적 무형 감각적 이미지 즉 상 像은 유형이면서 동시에 무형이다. 또는 유형적 무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상(이미지)이므로 유형적이지만, 그것이 우리 관념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기에 무형적이다. 이처럼 우리 몸이 지니고 있는 능력은, 이성적으로 판단해 볼 때 불가사의한 면이 있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현상이다. 유형이 무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이, 유형으로 감각되는 무형인 것으로 유추할 수도 있음이다. 이게 바로 선각자들이 설파하는 바인, 현실 세계가 꿈과 같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와 일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유형의 사물이 무형의 관념인 이미지 또는 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과 같이, 거꾸로..

깨달음의 서 2021.12.24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 신타 내가 기준인데 겁낼 게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무엇이랴 내 운세를 날마다 내가 정하면 그만인데 내가 쓴 시에 독자가 없다면 시가 무슨 소용일까 내가 없다면 우주에 독자가 없다면 우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린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다니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자 무형의 상이 아닌 그림자 없는 빛이며 춤추는 침묵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인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

詩-깨달음 2021.12.23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신타 항상 지금입니다 항상 여기입니다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바탕 위에서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입니다 삶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누구라도 알 수가 없는 일이며 죽음을 먼저 예정하는 건 자살과 다를 바 하나 없습니다 태양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착각이라는 것을 오히려 지구가 돈다는 사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삶이란 언제나 시작일 뿐이며 끝이란 단지 착각일 뿐입니다 닫힘이란 있을 수 없으며 있는 건 오직 열림입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삶이 시작될 뿐입니다

詩-깨달음 2021.12.22

운해 雲海

운해 雲海 / 신타 밑에서 보면 구름이 되고 위에서 보면 바다가 된다 그래서 雲과 海인가 보다 정상에 서서 발밑을 보면 어느새 저 아래 흘러가는 높게 보이던 구름과 구름 떨어져 있던 것이 어느덧 내 옆에 함께하고 있으며 함께하던 것도 때가 되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물론 저 세월조차 늘 그러하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나이엔 가지 않아 지겨웠던 세월 백발과 함께 다시 찾아와 저만치 앞에 서서 부른다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며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이제는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는 대로 흐르는 지겹지도 급할 일도 없는 함께해야 하는 인연일 뿐 오붓하게 손잡고 가야 할 반갑고 다정한 연인일 뿐

신작 詩 2021.12.21

열매와 씨앗

열매와 씨앗 / 신타 낮아진다는 건 비움이며 비웠기에 채워지는 것이다 비움이란 힘들게 지고 다니는 등에 진 짐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단 한 벌의 옷이며 단 한 대의 자가용이기에 아껴야 할 소중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건 아니다 묻힌 씨앗이 썩어 새싹으로 이어지며 몸의 죽음을 지나고 나면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나란 텅 빈 침묵이자 아무것도 아닌 무 無이기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에 겨울 찬바람도 따뜻한 빛깔이다 사막에 비친 태양도 시원한 파인애플이다 허공을 가르는 칼이 되지 말고 둘을 하나로 묶는 영원을 향해 나가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이에는 물 눈에는 바람일 수 있음이다 한때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인 적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던 땅조차 ..

詩-깨달음 2021.12.20

행복의 기준

행복의 기준 / 신타 오늘처럼 행복했으면 날마다 오늘 같았으면 늘 소망하곤 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임을 설익은 바램일 뿐임을 나는 이제 깨달았습니다 오늘처럼 행복하고 오늘같은 기쁨이라는 기준마저 사라지고 없는 평생을 애써 왔던 기준을 없애는 게 바로 행복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날마다 오늘입니다 날마다 오늘 같은 날입니다 기준을 세우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애써 세웠던 기준 애써 다시 허물어버릴 때 오늘은 날마다 행복한 날입니다

詩-깨달음 202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