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59

기도

기도 / 신타 내맡김이자 내려놓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 했다고 남은 건 오직 당신에게 맡긴다고 마음을 온몸에 담아 모으는 것이다 흙을 빚어 가마에 넣고는 불을 지피기 전 절을 올린다 내가 할 수 없는 일 맡기겠다며 남은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노라며 내가 바라는 바조차 스스로 받아들이겠다는 당신의 뜻 받아들이겠다는 가마 안의 어떤 모습도 그저 감사한다는 몸짓이다 열기가 무엇을 만들어내든 불꽃이 무슨 빛깔을 빚어내든 당신에게 전부 맡기겠다는 뜻이다

신작 詩 2021.12.19

호사다사

호사다사 / 신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면 호사다마 好事多魔 원하지 않는 것도 다 받아들이면 호사다사 好事多事 모든 것 다 받아들일 때 호사가 계속 이어지고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일 때 이것저것 번갈아 일어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모든 것 다 원하고 있음이다 신에게 겸손하고 겸허해지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기적이자 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믿자 신의 사랑 받아들이는 길이다 겁을 내어 선물을 골라서 받으면 호사다마가 될 것이고 주는 대로 무조건 고맙게 받으면 호사다사가 될 것이다

詩-깨달음 2021.12.18

현재란

현재란 / 신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결코 끊어질 수 없는 단면 마치 영화 필름과 같은 필름과 같은 단면이 켜켜이 쌓인 퇴적층을 우리는 과거라고 부르지 단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퇴적층 위에 새로운 퇴적물이 상영 중인 영화처럼 쌓여만 가고 어쩌거나 현재란 과거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퇴적물일 뿐이지 영화 필름처럼 감기는 게 아니라 퇴적층 위에 쌓인 걸 밟고 다니며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말하지 오늘의 현실 위에 또 다른 오늘이 덮이고 굳어져 퇴적층을 이루는 것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을 우리는 미래라고 부르곤 하지만 미래란 기대나 상상에 지나지 않는 불안하기 때문에 상상으로라도 잊고자 하는 현실도피라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미리 계획을 세우지마 어차피 생각이 나야 하니까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행동을..

詩-깨달음 2021.12.18

무형의 공간

무형의 공간 / 신타 현실은 현재가 아니고 지나간 과거에 일어난 지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말 맞다 이미 닥친 현실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고 아직 오지 않은 현실은 미래에 대한 상상일 뿐 현재란,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이 지금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며 미래란, 지금 여기서 내가 행하는 상상이거나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내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게 바로 과거이자 현재이며 지금 내가 행하는 모든 상상이 바로 미래이자 현재일 따름이니 과거 현재 미래가 따로따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지금 여기 함께하는 것이다 생각으로 구분하는 것일 뿐 우리가 생각으로 구분하는 것일 뿐 시간은 어디에도 나뉘어 있지 않다 공간과 함께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 수평선 아득한 무형의 공간인 것을

詩-깨달음 2021.12.18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신타 온 길을 돌아보아도 지난 일을 반성해도 언제나 지금 여기서 행하고 있는 것일 뿐 일을 해도 길을 걸어도 여행길에 나섰다 해도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일 뿐 지금 여기에서 잠들고 꿈을 꾸며 아침을 맞는 숱한 흔들림 속에서도 미동도 없이 흘러가는 이제는 그만 자각해야 할 안식과도 같은 보금자리 수없이 스쳐간 지금 여기 지금도 나를 스치고 있다

詩-깨달음 2021.12.17

첩첩 산그리메

첩첩 산그리메 / 신타 가까이는 어둠이지만 어둠의 절벽이지만 산그리메 너머엔 먼동이 터온다 붉은빛 가득 지금은 절망이지만 절망의 심연이지만 심연 깊숙한 곳엔 절망조차 없다 희망과 절망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다 희망도 절망도 없을 때 절망처럼 희망이 피어오른다 어둠 속 절벽에 뻗은 나뭇가지 희망이라는 손을 놓쳤을 때 한 손으로 쥔 절망조차 놓아라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이 먼동처럼 붉게 번져오리라 「사진 : 이흥재 사진작가 작품 촬영」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이흥재 사진전에서

詩-깨달음 2021.12.17

무채색 기쁨

무채색 기쁨 / 신타 소설을 써야만 할까 때로는 피눈물 나는 사연 한 편의 시로 보면 안 될까 통곡과 절규 속에 슬픔과 아픔이 배어있는 시 소설이 아니라 시로 읽고 싶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어차피 쉽지 않은 은유일 터 나름대로 이해를 하기보다 나만의 시로 읽고 싶다 눈 덮인 세상처럼 평화로운 풍경 아래 무엇이 담겨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겪어본 사람만이 배고픈 설움 알 수 있다 바람 불고 어두워지며 눈송이 점점 쌓여가지만 어느 때 눈이 그칠지 아니면 밤새 쌓일지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슬픔도 기쁨도 고통도 즐거움도 언제 올지 누가 알겠는가 슬픔 속에서 기쁨이 오고 기쁨 속에서 슬픔이 온다 무엇도 둘로 나누지 말자 칼날을 세워 둘로 가르지만 않는다면 모두가 같은 색깔일 뿐 세상은 ..

신작 詩 2021.12.17

눈 내리는 겨울이란

눈 내리는 겨울이란 / 신타 산에 가려다 집에서 어정어정 지금은 창밖의 풍경 눈 내리는 겨울을 바라본다 일찍 나섰으면 산에서 맞게 될 눈 나는 무슨 미련이 남아 선뜻 나서지 못하는가 따뜻함과 편안함이 내 발목을 잡는 것일까 밖에 나서기만 하면 좋다는 걸 느끼면서도 바지 깃 사이로 찬 바람 솔솔 불고 목덜미 시릴지라도 그래 일단 나가보자 나갔다가 영 싫으면 되돌아오면 되지 않겠니 눈 내리는 겨울이란 어릴 적 친구이지만 한때는 서로 사이가 멀어졌던 어쩌다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이제는 백발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기도 하니

신작 詩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