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59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으리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으리라 어린아이가 되라는 말은 어른의 정신 상태에서 아이의 그것으로 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동물처럼 육체적으로 허물을 벗는 것도 아니며, 정신적으로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상태를 뜻한다. 자신에게서 벗어난다는 말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스로 자신이라고 생각해왔던 관념 속 정체성을 물처럼 바람처럼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붙잡아둘 게 하나도 없다. 이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상대적인 자신이 정신적으로 죽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죽는다는 것은, 두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껴안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라면,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조차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중환자가 되고 육체적 ..

깨달음의 서 2021.12.16

단 한 벌의 옷

단 한 벌의 옷 / 신타 단 한 벌뿐인 옷이기에 손과 발이 되어 움직이는 단 한 대뿐인 자가용이기에 나인 것처럼 지켜내고자 한다 옷이 해져도 차가 고장 나도 기워서 입어야 하고 고쳐 써야 할 숙명이다 더러워진 옷은 세탁기에 해진 옷일랑 수선집에 그리고 고장 난 자동차는 정비소에 맡겨두자 함께하는 숙명이라 해서 그것이 나인 건 아니다 평생을 함께하지만 때가 되면 버려야 할 껍데기일 뿐이다 꿈속에도 살아있고 깨어서도 살아있는 별처럼 태양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욕망인 나는 날마다 옷을 입은 채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영원히 살아있는 알맹이 꺼지지 않는 불빛이다

詩-깨달음 2021.12.14

자기중심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즉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이기적이지 않은 이타적인 사람이란, 미친 사람이거나 정신 나간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자기중심적이 아니며 그렇다고 타인 중심적이지도 않은, 그야말로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중도를 걷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게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기적인 행동이든 이타적인 행동이든 그 모든 건 자신을 위해서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가난하고 마음이 힘든 사람을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한다고 해서 그게 이타적인가? 스스로 기뻐서 행하는 게 아니라면 위선적인 행동일 뿐이며, 스스로 ..

깨달음의 서 2021.12.14

배웅

배웅 / 신타 기차로 보내는 길 기차로 떠나는 길 보내는 마음도 떠나는 마음도 하나의 길에서 둘로 갈라진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아니건만 보내는 마음 남아있지 못하고 떠나는 마음 함께 철길 위로 달려간다 오늘은 더욱 그러하여 12월의 햇살 아래 텅 빈 거리를 걷는다 바람은 불고 어디든지 떠나라는 손짓인 것만 같다 갈 곳 없는 마음 머물 곳도 없어 너와 함께 하는 곳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철길 따라 간 마음만 깃발처럼 나부낀다

신작 詩 2021.12.13

열매보다는 씨앗이 먼저

열매보다는 씨앗이 먼저 무형의 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무형의 나 혼자 명상에 빠지거나 환희감 속에 젖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겐 때가 되면 울며 보채는 어린아이 같은 몸이 있으며, 사춘기 소년·소녀 같은 마음이라는 가족이 딸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도 욕구 충족과 즐거움 그리고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불교에서 말하는 공 空을 깨달으면 무엇합니까?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거나, 남들 보기 창피하다고 아우성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이 무형의 존재임을 깨닫고 난 뒤에도, 나는 몸과 마음을 위해 기도합니다. 깨달은 뒤 나의 소망은 다시 경제적 여유와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무형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우주에서 나를 위해 봉사하는 몸과 마음을 위해서 말입니..

깨달음의 서 2021.12.11

영적 진화와 깨달음

영적 진화와 깨달음 유형과 무형을 통틀어 온 세상에 오직 신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은 일부러 잊어버렸다 해도, 그러한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리 인간이 곧 신이다. 이 세상에 오직 신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존재라면, 그가 바로 신 아니겠는가? 고로 '인간이 곧 신이다.'라는 논리가 성립하는데, 다만 여기서 얘기하는 인간은 육체를 가진 유형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몸과 함께 살아가는 무형의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말한다. 신은 영원한 존재이므로 소멸이라는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육신으로서의 존재일 뿐만 아니라, 결코 소멸되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인 것이다. 육신과 함께한다고 해서 육신이 곧 나인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깨달음의 서 2021.12.11

무화 無化

무화 無化 진리란 현실 세계에 있는 어떤 대상이나 이론 또는 학설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무화 無化 되었을 때 비로소 내면에서 저절로 인식되는 앎이다. 여기서 「스스로 무화된다 함」은 물질인 우리 몸이 무화되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스스로 아무런 주장을 내세우고 싶지 않은 마음 상태를 말함이다. 신에게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관념 또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의 의식이 무화된 것이다. 이때 우리는 텅 빈 우주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자신의 몸을 포함하여 우주 전체가 텅 비었다는 느낌이 든다.

깨달음의 서 2021.12.11

손뼉

손뼉 / 신타 손바닥은 하나다 둘로 나뉘어 있어도 서로 다른 모양이어도 너와 나 같은 하나다 서로 다른 길 돌아 마주치는 손뼉으로 지금 여기 만났어도 너와 나 같은 길이다 마주칠 뻔한 스침 세월의 바람 건너서 지금은 환호성 지르며 손바닥 마주하는 너와 나 멀어지면 남이지만 맞대면 데칼코마니 오래된 부부이면서도 때로는 친구인 것처럼 다르기에 같을 수 있는 같으면서도 다른 모든 왼쪽과 오른쪽 너와 나 우리는 하나다

신작 詩 2021.12.09

공감

공감 / 신타 기분 좋을 때 욕이 나온다는 말 나는 깊이 공감하였다 여럿이 모여 북치고 장구 배우는 날 누군가가 찰밥을 해왔다 찰밥에 식혜에 얼마 전에 한 김장김치에 바라바리 싸온 점심을 먹고 나서 찰밥을 해온다는 말에 넉살 좋게 찾아간 예술단 단장이 한 걸쭉한 입담이다 이런 날은 욕을 해야 돼 아이 씨발 좆같이 맛나네 이걸 반어법이라고 하는지 문학인지 해학인지 몰라도 인생의 바닥을 맛본 사람만이 깨칠 수 있는 여유와 웃음이었다

신작 詩 2021.12.09